남명(南冥)조식

남명의 발자취

시(詩)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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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의 생애

글을 배우고 재주 익혀,
무리에서 빼어나고 날카로웠네.
일찍이 큰 의리를 보고서,
두루 깊은 뜻을 탐구했다네.
우뚝하고 우뚝한 공자와 인자,
그 경지에 도달하고자 기약하였네.
하늘이 우리 유교를 망치려 함인가?
선비들은 지도자를 잃었구나.

세상 사람들 참되고 순박한 본성 잃고서,
시대의 조류에 아첨할지라도,
그대는 뜻 둔 바를 더욱 굳게 지켜,
그 지조 변하지 않았다네.
남는 힘을 좋은 문장에 쏟았고,
도에 나가는 데 정성스러웠다네.
이에 조예가 깊게 되어,
드디어 명성이 사방에 퍼졌네.
좋은 자질을 간직하고서도,
노을 낀 산골에서 고상하게 숨어 살았도다.

아침 저녁으로 옛 고전을 대하여,
학문을 강마(講磨)하기에 더욱 힘썼네.
산이 솟은 듯 우뚝하고,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깊었다네.
맑은 기상 서리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덕은 향기로운 난초 같았네.
얼음 담은 병(甁)인 양 가을 하늘 달빛인 양,
큰 별인 듯 상서로운 구름인 듯했네.
멀리 숨어 산다고 세상을 잊겠는가?
외척들이 하는 정치 깊이 근심하였지.

아아! 그 마음은,
요순같은 임금 만들고 요순의 백성 만들고자 하였네.
선왕(先王)께서 등극하신 초기에,
도적 같은 신하 권세를 차지하였지.
백이(伯夷)같은 사람을 탐욕스럽다 하고,
도척같은 사람을 청렴하다 하였네.
간사한 무리들이 바른 사람을 공격하니,
세 가지 정기(해,달,별)거 거의 빛을 잃었다네.
인간의 윤리와 기강이 뒤집히려 하였네.
천장을 바라보며 깊이 생각건대,
누구 때문이며 누가 그 지경으로 몰아갔는가?

하늘이 우리 임금을 도우셔서,
정성을 기울여 어진 이를 불렀다네.
대궐에서 부르는 교서 내려,
예를 갖추어 초빙하는 행렬 끊이지 않았지.
그대 이에 떨쳐 일어나,
나라 위해 몸을 바치려 하였네.
곧은 말은 바람이 이는 듯했나니,
뜻은 바르고 말은 준엄하였네.
누가 생각이나 했으랴? 봉황새가 울어,
뭇 사람들의 위축된 마음을 풀어줄 줄을,
간사한 아첨꾼들 뼈속이 서늘하였고,
자리나 차지한 벼슬아치 얼굴에 땀이 흥건했다네.
그 위엄은 종묘사직을 압도하였고,
그 충성은 조정을 뒤흔들었다네.
사람들이 그대 위태롭다고 하여도,
그대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네.
선왕께서 말년에 이르러서는,
거룩한 마음 깊이 두려워하였네.

비뚤어지고 간사한 무리 내쫓고,
어진 이를 생각하고 덕 있는 이 구하려 했네.
맨 먼저 그대를 불러일으키느라,
역마(驛馬)가 자주 자주 달렸다네.
베옷 입은 채 선왕을 마주하여,
좋은 것들 모아 임금님께 바쳤네.
주고받는 대화 메아리 같아,
물고기가 물 만난 듯 서로 흐뭇했다네.
그대는 살던 곳이 그리워,
이에 곧장 돌아가버렸지.
그대 머물게 할 수 없었나니,
말이 여기에 이르러 감회가 많도다.
내(선조)가 왕위를 계승하고서,
그대의 명성을 일찍이 흠모했다오.

이에 선왕의 뜻을 좇아,
여러 차례 그대를 벼슬로 불렀다네.
그대 아득히 먼 곳에 있었나니,
내 정성 얇은 것 부끄러워라.
충성을 다하여 상소를 했는데,
말은 높고 식견은 대단한 것이었네.
아침 저녁으로 마주 대하며,
내 곁에 고문으로 두었으면 했다네.
그대 올라오면 나의 팔다리처럼,
나를 도와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찌 알았으랴? 한 번 병들자,
소미성(少微星)이 징후를 나타낼 줄이야.
내를 건널 때 누구를 의지하며,
높은 산을 어떻게 우러러보랴?

선비들은 누구를 의지하며,
백성들은 누구에게 희망을 걸랴?
말이 여기에 미치니 내 마음 슬프도다.
옛날 은둔한 사람이 있어,
대대로 그 빛을 발하였다네.
은자(隱者)들이 이름 세웠기에,
요임금 순임금이 창성하였다네.
노중련(魯仲連)은 진나라를 거부하였고,
엄광(嚴光)은 한나라를 지지하였네.
비록 절개 하나뿐이었지만,
난리를 막을 수 있었다네.
하물며 그대의 아름다운 학덕은,
몇 마지기 시골 전답 속에 숨은 몸이,
세상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네.

그 빛은 한 세상을 밝히고,
그 공덕은 백 대에 남아 전하리라.
비록 벼슬을 추증하지만
어찌 예우를 했다 할 수 있으리오?
옛날 훌륭한 임금들이,
같은 시대에 살지 못한 것을 한으로 여긴다 하더니,
내가 이 말을 음미해보고서,
마음에 깊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네.
그대 목소리와 모습 영영 볼 수 없으니,
이 통한(痛恨) 어찌 한량이 있으리오?
저 남쪽 땅을 바라다보노라니,
산은 높다높고 물은 길디길도다.
하늘이 어찌 훌륭한 원로를 남겨두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가게 하는가?

나라가 이로 인해 텅 비게 되었고,
전형(典型)이 없어졌으니 이 일을 어쩌랴?
산하 보내 맑은 술 내려 제를 올리니,
내 마음이 무척이나 슬프다오.
훌륭하신 영혼을 밝게 살피시어,
나의 향기로운 술을 흠향할지어다